주장하다

21세기가 고달픈 대한민국의 B형 남자들

초하류 2004. 10. 26. 17:58
달은 이미 식상해져 버렸고 화성이 친근해졌으며 맹물로 자동차가 간다 하더라도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닐듯한 21세기(물론 정유사들과 석유재벌들은 자살하고 싶어 지겠지만) 수많은 미신들이 타파되고 이유없음을 증명 당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만만치 않은 수의 21세기형 미신들이 만들어 지고 실제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이른바 혈액형으로 그 사람의 성격을 알수 있다는 혈액형별 성격 분류법


A형은 소심하고 B형은 괴팍하고 C형은? 아 C형은 없구나 O형은 원만하고 AB형은 까다롭다라는 이 혈액형별 성격 분류법은 수많은 B형 남자들의 연애전선과 나아가서 혼사길에 조차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그렇지 않아도 남녀성비 불균형으로 국민학교때부터 짝이 안 맞아 들어가는 우울한 현실을 생각한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수 없다)


이 무슨 웃기는 일인가 전 세계 남여를 겨우 4개의 카데고리로 분류할수 있다는 어처구니없는 이론이 대명천지에 사람들에게 통할수 있다는것 자체가 넌센스다.


혈액형으로 성격을 분류한다는 것에 비하면 타로나 궁합은 초현대 이론물리학에 비견할만하다.


어째서 이런 황당한 주장이 많은 사람들에게 받아 들여 지고 있는가.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단순하다라는게 첫번째 이유가 아닐까 싶다.


위의 예시처럼 4개의 혈액형에 대입된 4가지 특징은 더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명확하다. 인간은 복잡한 존재인듯 하지만 의외로 간단한것에 끌리는 특징이 있다. 예수천당 불신지옥 처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적용하는데 복잡하거나 어려움이 없다.


게다가 그 특징이라는것이 보편적이라는데 두번째 이유가 있다.


세상에 소심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며 괴팍하지 않은 사람은 또 몇이나 될것인가 원만하거나 까다로운 구석도 누구나 한군데씩 가지고 있기 마련인 말하자면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질수 있는 배고프거나 졸리는것 같은 보편적인 특성이다.


따라서 이 혈액형 분류법이 너무나 딱 맞아 떨어지는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기 쉬운것이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면에 대해서 자신에 대입하거나 주위 사람에 대입시키다 보면 한번쯤 있을법한 소심한 면이나 괴팍한 면들이 생각나면서 아 그 사람이 그랬었지나 그래 난 그런 사람이었어 라는 식의 자기 최면 상태로 접어 들어 결국 혈액형으로 사람의 성격을 짐작하는것이 가능하구나 라는 말도 안돼는 착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가장 문제는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혈액형에 대한 - 특히B형 남자들은 그 정도가 심하다- 삐뚤어진 선입견이다.


특별히 어려운 구별법이 있는것도 아니고-사상체질법만 해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만 그 사람이 태양인인지 태음인인지 명쾌하게 구분하기는 쉬운일이 아니다.- 누구나 적용 시켜볼 수 있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이미 혈액형에 대한 특징들이 일종의 선입견으로 굳어 버린다는 점이다.


아무리 대범한 A형 이라고 할지라도 어쩌다 노출된 소심한 면에 사람들은 그래 A형이 어쩐지 대범하다 했더니 역시 소심하군 이런식의 말도 안돼는 타인에 시선이 생겨 나는가 하면 그래 난 AB형이니까 왠지 까다로운거 같아 하는 자격지심이 생기기도 하는 것이다.


좁아 터진 대한민국에서 그렇지 않아도 있지도 않은 수많은 선입견과 말도 안되는 분류법들에 머리가 아프다. 경상도는 어떻고 전라도는 어떻고 하는 헛짓거리 부터 최씨는 고집이 쎄다느니 누구는 양반이고 누구는 상놈이고.. 시달릴만큼 시달리고 격어 볼 만큼 격어 봤지 않는가 이제 거기다 최신 선입견이 하나더 추가 되면 후손들이 아이고 여러가지 선입견 말도 안되는 분류법 하나 최신으로 추가하신 부지런한 조상님들이라고 좋은 소리들도 하겠다.


말도 안돼는 한심한 분류법일랑 치워 버리자 인간이란 그렇게 단시간에 파악할수 있는 간단한 존재가 아니다. 뭐든 꽁으로 먹으려면 뜨거운 댓가가 따른다는거 알만큼 알면서 왜들 그러실까나..


ps)정 그렇게 혈액형으로 사람을 구분하고 싶다면 Rh- 카데고리 정도는 좀 추가하고 나눠주시기를.. 나는 항상 들어갈 곳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