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하다

철없는 인간안된 사람들로 가득찬 세상을 꿈꾸며

초하류 2004. 10. 22. 12:28
군대에 대해서 이야기 하다 보면 항상 나오는 레퍼터리 중에 이런게 있다.



"군대를 갔다 와야 남자 구실 하고 인간 된다."



그럼 군대를 갔다 오면 갔다 오기 전과 어떻게 달라지는가



나 자신 군대에 들어가서 신교대 침상에 누워 생전 처음 모포란거 덮고(깔아 놓고 고스톱은 몇번 처 봤지만 덥고 누운건 처음이었다.) 누워서 한가지 기도를 했었다.



"제발 제대하는 그날까지 지금의 나를 지켜서 나갈수 있기를."



하지만 2년 2개월의 시간은 많은 부분 나를 바꿔 놓았다. 복학하고 나서 후배들에게 선배는 군대 가기 전이이랑 달라진게 없는거 같아요라는 칭찬인지 욕인지 모를 이야기를 건내곤 했지만 나는 내가 섬찟할만큼 속에서 부터 변해 있었다.



집행부로 일하면서 후배들에게 지시하기 보다 같이 일하는게 편했었는데 어느세 후배들을 모아 놓고 무조건적 복종을 강요하는 명령을 내리려는 나를 발견한다.



내 말에 이의를 제기 하는 후배를 볼때마다 끓어 오르는 속을 삭히느라 고생을 해야 했다.



일을 어떻게 처리하면 능률적이 될까 보다는 어떻게 처리하면 선배 마음에 들까하고 선생님들 마음에 들까 생각하고 있는 내가 낯설어 견딜수가 없었다.



2년2개월이란 시간을 훌쩍 흘려 보낸후 눈 앞에 닥처온 사회라는 벽을 넘을 생각을 하니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들을때도 뭔가에 쫒기는듯 집중할수도 제대로 즐길수도 없었다.



처음 보는 상대와는 나이를 물어 상하를 따지고 나보다 위면 대우를 해줘야 하고 아래면 대접을 받아야 하는 군대 계급사회에서 물든 나의 사고는 씻어도 씻어도 지워지지 않고 내 머릿속에 진하게 남아 있고 예비군7년차인 아직도 내 생활 내 생각 곳곳에서 느닷없이 나타나 나를 지배하려 한다.



나는 항상 나 자신을 대한민국의 평균적인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보통의 학교 성적 보통의 가정환경 보통의 직장에서 남들과 다를바 없이 아둥 바둥 살아 가고 있다.



그 나와 다를바 없는 남자들이 모두 나와 같은 세뇌의 과정을 거쳐 왔다는것에 생각이 미칠때면 나는 모골이 송연해 진다.



내가 사회에 나와서 느낀 부조리함의 많은 부분이 군대에서 느낀 부조리와 맞닿아 있다는것에 까지 생각이 미치면 어른들의 군대 갔다와야 인간된다는 말속에 인간이 군대 갔다 와야 철든다는 그 철이 미치게 싫다.



그래 그런게 인간이 되는거고 그런게 철이 드는 거라면 나는 평생 인간 안돼고 싶다. 평생 철들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