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하류's Story

이 괴상한 케리어패스의 끝은 어디일까

초하류 2009. 9. 18. 17:19

처음 시작은 웹디자이너였다. 사실 그때는 공모전씩이나 당선 되기도 하고 어릴적에 만화 꽤나 그리고 미술시간 실기는 거의 A를 받았기 때문에 웹디자인 잘 할 수 있을것 같았다.(사실 결정적으로 내가 가진 재주중에 돈과 바꿀만한 것이 그나마 그것밖에 없었다)  그런데 처음 들어간 회사에서 느닷없이 기획 해볼꺼냐는 대표의 권고를 듣고 발끈 하던차에 마음 맞은 형이랑 회사를 차려서 독립을 해버렸다. 그런데 그러고 보니 웹디자이너라고 디자인만 하고 이럴수가 없는 처지가 되버렸다. 결국 기획도 하고 디자인도 하고 이리 저리 ASP로 된 페이지를 뜯어 고치다 보니 ASP 프로그래밍을 조금 할 줄 알게되는 이른바 어중이 떠중이가 되어가던 중


두둥.. 그 회사가 BPM 회사의 웹팀으로 합병되었는데 이 어정쩡한 포지션이라니.. 디자인은 이미 그 회사에 디자인팀장이 있었고 프로그램쪽은 원래 그저 그랬으니.. 디자인팀장이 이태리 유학씩이나 갔다온 사람이긴 했으나 웹쪽은 학원 몇개월 다닌게 전부인 사람이라 디자인팀도 맡아야 했고 프로젝트 나가면 간단한 모듈 같은거 개발도 하고(포토샵과 울트라에디터 사이를 헤매고 있는 가련한 영혼이라니..) 지내다 보니 결국 PM을 시키더라는 말씀..


그런데 이놈에 BPM 프로젝트라는게 실제로는 엄청 노가다인 경향도 있고 결국 그 회사 비지니스 프로세스에 대해서 논의를 해야 하는 골때리는 자리라 프로세스를 그리고 최적화도 같이 하고 그거 구축도 하고 그렇게 7년을 보냈다.


그리고 회사를 나와 뭔가 도모하려다 꼬여 결국 지금의 회사에 다시 입사하게 됐는데 플랫폼이 자바인데다 전문 PM역활을 맞기겠다길래.. 골치 아프고 원래 별로 재능도 없는 프로그램 안해도 되서 좋기도 했는데  이게 과연 맞는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고 있다.


100명도 안돼는 작은 규모의 회사에서 전문 PM이랍시고 코딩도 안하고 있는것도 웃기고 그렇다고 코딩을 배우자니 원래 코딩에 별 재능이 없는데다 사업관리 자체도 쉬운일이 아니라 짬도 잘 나질 않는다.


웹디자인 -> 웹디자인+웹기획 -> 웹디자인+웹기획+ASP 프로그램 -> 웹디자인+ASP 프로그램 -> 웹디자인 + ASP프로그램 + PM -> ASP 프로그래밍+ PM + BPM 프로세스 컨설팅 -> 사업관리


이정도로 괴상한 케리어패스라는건 좀 찾아보기 어려울꺼 같은데 이왕 지금까지는 이렇게 살아온거 앞으로는 내 캐리어 패스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는데 답이 잘 나오질 않는다.


그저 지금처럼 맞겨진 일을 죽어라 해내는 방법은 점점 체력이 떨어지고 있어서 쉽지가 않고 뭔가 방법을 찾긴 찾아야 하는데..

뭔가 나 스스로의 내부로부터 혁신이 필요한 시기라는 것은 벌써 부터 느끼고 있고 여러가지로 변화를 도모하고 있으나 여의치가 않다.

어쨌거나 계속 시도는 해봐야한다. 서서히 물은 뜨거워지고 있고 이대로 있다가는 언젠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쫀득하게 삶아져 버릴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