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를 가지고 싶었던건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이었다. 그 당시 단짝 친구였던 놈이 중3 겨울방학때 기타학원에 다녔기 때문이다. 무척 배우고 싶었지만 어머니는 단칼에 거절하셨다. 대답은 뻔했다.
"대학가면 사주마"
그 당시 대학가면 어쩌구는 내 요청을 거부하는 어머니가 휘두르는 전가의 보도였다.
그리고 어찌 어찌하여 대학에 합격한 후에 어머니께 기타 이야기를 꺼냈더니 그게 얼마냐고 물어 보셨다.
"한 십오만원 정도?"
어머니는 가타 부타 말이 없으셨다. 그리고 한 1~2주 정도 지났나? 어느날 내게 기타가 한대 생겼다. 어머니는 친척누나가 처녀때 치다 버려둔걸 줏어다가 내게 주셨다. 기타는 먼지를 잔뜩 뒤집어 쓰고 있었고 기타줄은 다 끊어져 있었다. 하지만 나는 기뻤다. 어쨌거나 그것은 틀림없는 기타였기 때문이다. 그날로 시내에 나가서 기타 교본을 사고 기타줄을 사왔다. 기타 교본을 보면서 낑낑대며 줄을 갈고 피아노 소리에 맞춰 반나절이 걸려 겨우 튜닝을 하고 C코드를 잡아 봤지만 내 머리속에 상상했던 멋진 울림은 어디가고 틱틱특툭툭 하는 괴상한 소리만 맽아 냈다. 그리고 교본을 보면서 넓고 넓은 바다가에 오막살이 집한채~~ 부터 시작해서 한 2개월을 연습하자 코드가 쓰여진 가요집을 보면서 대충 반주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대학을 가서는 과사무실에서 엠티가서 그때 배운 기타를 아주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내 기타 실력과 관심은 딱 거기서 멈춰져 있었다. 그런데 군대에서 만난 클래식기타를 잘 치는 고참을 만나서 말년때 기초적인 클래식기타 몇곡을 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제대선물로 내 돈을 보태서 기타를 구입했다. 원래는 클래식 기타를 구입하려고 했지만 내게 클래식기타를 가르쳐 주던 선임이 사준다던 저렴한 수제 클래식기타는 그세 사라져 버렸다. 곤란해 하던 선임은 시외전화 넘어로 슬쩍 이렇게 물었다.
"그럼 차라리 일렉기타를 사는게 어때?"
그러지 뭐
그 대화가 있은후 일주일이 지나자 수원 살던 고참은 제대한 나를 기타를 메고 찾아 왔다. 베이지색 일렉기타는 정말 멋있었다. 그런데...
기타를 사고 두달동안 노가다를 뛴 돈으로 컴퓨터를 산 나는 그만 컴퓨터와 사랑에 빠져 버리게되었고 기타는 버림받았다. 96년 이후 그렇게 봉인되어 있던 기타를 다시 꺼낸건 3주전이었다.
갑자기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다음에서 직장인밴드 기타를 모집한다는 이야기에 배킹은 그냥 어떻게 되지 않을까 하는 얇팍한 생각으로 덜컥 오디션 지원을 하고 튜닝도 안맞는 기타를 들고 성의없이 참가한 오디션에서 당연히 탈락.. ㅋ
부끄러웠다. 내가 그렇게 한심해 했던 수많은 성의없는 신입 입사자들의 면접만큼이나 성의없었던 내 오디션.. 그 오디션 자리에서 웃으면서 박수를 처 주던 그 사람들의 표정을 생각하니 쥐구명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그래서 다시 기타줄을 사고 틈틈이 기타 연습을 하고 있다. 손가락은 굳었고 오픈코드로 통기타 반주나 하던 내게 일렉기타의 다운스트록 만으로 이어지는 배킹은 첨 기타 배울때 느꼈던 그 좌절감 그대로였다.
하지만 한 2주 하고 나니까 이제 조금씩 외가락에 굳은살도 생기려고 하고 기타도 손에 잡히려고 한다. 다시 연습해서 언젠가는 나도 쉬운곡이라도 밴드 합주가 가능한 날이 올 수 있도록 노력할테다..
그래서 더 나이먹고 할일보다 내가 가진 시간이 더 많아 질때 그때 남은 시간을 기타 연주로 체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기타를 잡고 있을때 만큼은 탈모로 벌써 많이 빠진 머리가 더 많이 빠지고 남은 머리카락이 새하얗게 변해도 언제든지 가슴 팔딱 거리던 소년으로 돌아 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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