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손목시계를 구입했습니다. 5년전쯤인가 제주도 여행 갔다가 오는길에 면세점에서 산 시계를 차고 다녔는데 이게 버클이 고장나 버렸습니다. 그래서 고치러 갔더니 글쎄 버클을 고치는데 10만원이 든다고 하더군요. 시계를 17만원에 샀는데.. 이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물론 저렴한 다른 시계줄을 알아 볼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왠지 새 시계가 가지고 싶은 마음이 뭉게뭉게 솓아 나더군요. 그래서 마침 일본 출장길에 면세점에서 하나 사려고 이리 저리 시계를 검색해 봤습니다.
그랬더니 시계라는게 참 복잡하고 재미있는 구석이 많더군요. 우선 시계에서 가장 중요한것은 무부먼트였습니다. 시계 초침을 움직이게 하는 핵심 부품입니다. 이 부품은 크게 쿼츠와 오토로 나뉩니다. 쿼츠는 베터리로 움직이는 방식이고 오토는 테엽을 감아서 움직이는 방식입니다.
여기서부터 재미있어 지는데 쿼츠는 오토보다 훨씬 가볍고 얇고 시간도 정확 합니다. 게다가 대량 생산 할 수 있기 때문에 가격또한 저렴합니다 단지 2~3년에 한번씩 베터리를 갈아 주면 되는 편리한 방식이죠. 세이코에서 나온 제품은 시계를 차고 있지 않을때는 시계가 멈춰 있다가 시계를 차면 실제 시간으로 바늘이 이동한 다음 정상 작동하는 방식으로 베터리 하나로 10년을 사용할 수 있는 모델도 있더군요.
그에 비해서 오토는 복잡한 테엽을 사용해서 시계바늘을 움직이는 방식이기 때문에 더 두껍고 시간의 오차도 많이 생깁니다. 가장 좋은 오토 시계가 하루에 5초 정도 차이가 나는 정도니까요. 복잡한 테엽과 톱니바퀴를 정밀하게 조립해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가격도 쿼츠에 비해서 비쌉니다. 게다가 베터리는 사용하지 않지만 정밀한 무부먼트에 기름도 치고 소재도 해야 하기 때문에 3~4년마다 한번씩 오버홀이라고 하는 점검을 해야 하는데 이 점검 비용이 베터리 보다 훨씬 비쌉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오토매틱 시계가 이틀 정도 차지 않고 두면 바늘이 서버립니다.
시계라는 물건의 기본적인 용도를 생각한다면 쿼츠식의 시계가 훨씬 효율적입니다. 어떻게 보면 쿼츠가 나오고 나서 오토메틱 시계는 사라졌어야 하지 않나 싶을정도 입니다.
그런데 상상을 초월하는 고가라인의 시계들은 하나같이 오토매틱 무부먼트를 채용하고 있습니다. 훨씬 정확하고 가볍고 얇은 시계보다는 덜 정확하고 더 무겁고 더 두꺼운 오토매틱 무부먼트가 더 고가품에 적용되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까요?
어떤이는 초단위로 딱딱 끊어서 움직이는 쿼츠의 초침보다 물 흐르듯이 움직이는 오토방식의 초침이 훨씬 멋지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손목을 움직일때 마다 테엽을 감기 위해 움직이는 추의 진동이 마치 시계가 살아 있는 것 처럼 느껴져서 훨씬 애착이 간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오토는 더 부정확하고 더 무겁고 더 만들기 힘들지만 더 고가의 제품으로 팔리고 있는 것입니다. 저의 선택요? 저도오토매틱 무부먼트가 적용된 티쏘의 PRC200 오토메틱 제품을 구입했습니다.
뭐랄까요 전 시계를 볼때 아주 정확한 시간이 필요할때는 드물기도 하고 시계 뒷판을 유리로 만들어 부품이 째깍 거리는것이 보이는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제대로 가는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그저 흘러가 버리는 시간을 잠시나마 더 되집어 볼 수 있는 게기도 될 수 있을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뭔가 딱딱 맞춰서 돌아가는 지금 세상에 아날로그적인 기계가 하나 있으면 좋을것 같은 막연한 생각도 크게 작용을 했습니다.
새로 산 시계는 이제 제 손목에 달라 붙어서 몇년인지 모를 시간을 함께하겠죠. 이번 시계는 좀 더 오래 같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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