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스텔라가 장안의 화제다. 현대물리학의 세례를 받은 불랙홀과 웜홀의 과학적 시각화, 특수상대성원칙에 의거한 시간지연효과의 사실적 재연등 불거리도 풍성하고 아버지와 딸의 관계를 인류 전체로 확장하는 인류애도 눈물겹다.
모든것이 새롭기만한 이 영화는 사실 우리가 어렸을적 부터 들어오던 옛날 옛날에로 시작되는 이야기들의 서사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산속으로 갔다가 작은 구멍으로 들어갔더니 요정의 세계가 있었고 그 세계에서 잠시 있다가 왔더니 자신의 동네는 벌써 몇십년이 흘러서 가족들이 다 늙었더라는 이야기는 산속이 우주로 작은 구멍이 웜홀로 요정의 세계가 불랙홀 주변에 있고 지구보다 중력이 더 큰 혹성으로 변했을뿐 본질적으로 똑같은 이야기다.
어쩌면 이렇게 현란하게 시각화된 영화는 우리 인류에게 일찌기 없었던 위기상황인지도 모른다.
모두가 읽고 들었던 옛날 이야기는 같은 스토리지만 듣는 사람이나 이야기를 들려 주는 사람 모두에게 각자 서로 다른 풍경과 이야기가 돌아간다. 우리는 이야기라는 재료를 통해서 디테일을 상상함으로써 같은 이야기를 서로 다르게 이해하고 변주할 수 있었고 몇번을 다시 들어도 그때마다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감독이라는 전문적인 드리머가 상상한 세계를 각종 특수효과와 과학의 조언을 받아 단지 판타지가 아닌 실제의 현실로 펼처 놓은 이야기 앞에서 우리는 더 이상 이야기를 받아 들이는 단계에서 발현시키던 능동적인 부분을 발휘할 수가 없다.
스마트폰은 우리에게 전화번호를 외우는 능력을 앗아갔다. GPS를 이용한 네비게이션은 우리에게 지도를 읽고 이해하고 자신이 갔던 길을 외우는 능력을 삭제하고 있다.
이제 영상매체가 스크린을 넘어 오큘러스리프트같은 가상현실로 진화 하고 그 가상현실이 충분히 고화질이 된다면 한명이 꾸는 꿈을 수많은 사람들이 동일하게 보고 느낄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우리는 인간이라는 지금의 모습을 지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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