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극장

흔한 결혼한지 8년만에 아이 가진 이야기 - 13

초하류 2018. 3. 14. 16:14

13. 조이로 와서 재인이로 안기다.(2011.09.05 04:50)


"아빠 이제 들어오세요~” 분만실은 아직도 전쟁터였습니다.


 


“자기야~~ 아아악~~” 내 손을 잡은 마눌님의 눈빛.. 힘들고 반갑고 무섭고 초조하고 많은 감정들이 그 눈빛에 녹아 있었습니다. 티브이에서 보여주던 출산장면들은 마치 사파리와 세랭게티 정도의 차이가 있었습니다. 그저 뭔가를 붙잡고 아아악 소리를 지르는 것과는 다른 수많은 절박한 감정들이 그야말로 와글와글 끓어 오르는 물속의 거품들처럼 거세게 부딪히는 찰라..


 


“자 엄마 아기 머리가 나와요 더 힘주세요~~ 하나~ 둘~ 세~엣~~”


얼핏 본 가람막 저쪽에 뭔가 거뭇한 아이 머리가 보이는듯 하더니~~


 


“응애~~~~~ 응~~애~~”


“아빠 여기 탯줄 자르세요 “


“아~ 네.. 여기를 자르면 되나요?”


 


미끈한 느낌, 손에 쥔 가위를 통해서 조이와 엄마를 연결하던 탯줄이 잘라지는 느낌이 생생하게 전해졌습니다. 그리고 아.. 카메라 카메라…… 아이 출산 장면을 찍어 두라던 마눌님의 지시가 그제서야 생각이 난 저는 허둥지둥 카메라를 챙겨 들었습니다. 손은 떨리고 늘 사용하던 익숙한 카메라였지만 몇 번을 더듬어 동영상 촬영을 시작했습니다.


 


간호사는 조이를 물통에 넣고 목욕을 시켜 주고 있었습니다. 그리곤 고무공이 달린 스포이드로 조이의 코와 입의 분비물들을 빨아 내고는 엄마의 가슴에 조이를 올려 주었습니다.


 


“조이야~~ 엄마야~~” 우는 걸까요 웃는 걸까요? 울면서 웃는 걸까요? 처음 겪어봤을 고통이 채 가시기도 전이지만 뱃속에 품고 있던 조이를 가슴에 안은 마눌님은 정신 없이 조이를 부르며 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


 


엄마와 조이 10개월을 몸속에서 키우고 이런 고통을 같이 겪으면서 태어난 아이와 엄마가 처음으로 서로를 안은 그 모습은 세상 어떤 그림 보다 아름답고 감동적이었습니다.


 


결혼 한지 8년만에 선물처럼 마눌님에게 깃든 조이는 10개월 하고도 이틀을 엄마 뱃속에서 열심히 자랐고 노산 임에도 불구하고 엄마가 많이 힘들지 않게 5시간만에 응애 응애 귀엽게 울면서 태어나 저와 마눌님을 부모로 승격시켰습니다.


 


양수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힘들어 하던 시간도 잠깐 조산 끼가 있어서 병원에 입원하면서 맞은 주사 때문에 출산이 어려워지면 어떡하나 초초해 했던 일도 다 지나간 일이 되었고 이제는 유치원생이 되서 자기스타일로 치마를 입겠다고 엄마에게 고집을 부리다 야단맞고 울곤 하지만 잔병치레도 잘 하지 않는 튼튼한 아이로 자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