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때까진 끝난게 아니다
사람 고쳐 쓰는거 아니다~. 어릴때 어른들이 했던 이말에 반박 하지 않은 젊은이가 있을까요?
그리고 반박했던 그 젊은이 중 나이가 들어서 야 진짜 그 말이 맞네~ 라고 무릅을 쳐 보지 않았던 사람이 또 몇이나 있을까요?
우리 가족은 평소에도 상당히 친하지만 여행을 떠나면 더더더더더욱 친해집니다.
뭐랄까?
여행을 대하는 태도와 여행을 즐기는 방법이 완전히 일치하거든요
그리고 여행을 할때마다 되풀이 되는 뭐랄까? 루틴이랄까? 라는 이벤트가 있습니다.
그건 바로 바로 여행 일정을 늘리는겁니다.
대부분은 마눌님이 여행 마지막 전날 정도에 말을 쓰윽 꺼냅니다.
그리고 저는 안된다고 합니다. 그러다 딸아이도 하루만 더자고 가자고 조릅니다.
그러면 대략 7:3 비율로 일정이 조정이 됩니다.
조정이 되던 되지 않던 저는 악역인거죠.
오늘은 여행 이틀째, 떠날때 계획대로라면 이제 내일 놀고 저녁에 짐싸서 다음날 새벽 2시 비행기로 한국을 가야 하는 바로 오늘이 우리 가족의 루틴이 실행 되는 날인거죠
눈을 뜨자 마자 그 생각이 났습니다.
아 이번 여행에도 오늘 저녁쯤에 마눌님이 쓰윽 그 이야기를 꺼내겠지?
그리고 딸아이는 맞장구를 치면서 내 팔을 잡고 늘어지겠지?
그러다 나는 이런 저런 이유로 안된다고 하고 딸아이는 울고 마눌님은 딸아이를 달래면서
흠..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그럴일이 없을것 같습니다.
출발할때 비행기가 없어서 갈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어렵게 떠났기 때문이죠
처음에 비행기표 검색 할때도 최대한 길게 일정을 잡으려고 지금 비행기 표인 일요일 새벽 출발이 아니라 월요일 새벽 출발로도 살펴 봤었지만
비행기표가 없었...그런데..두둥~그것이 그런데 있었습니다. 왜 때문인지. 손이 나도 모르게 결재~ 딩동~

흠..아직 곤히 자고 있는 마눌님과 따님의 얼굴을 바라 보며 순식간에 일어난 이 일을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까 생각하면서 얼굴을 처다 보고 있는데
갑자기 마눌님이 눈을 번쩍 뜹니다.~
그러더니 저를 보고 묻더군요.
"자기야 지금 몇시야?"
"으 으..응.. 지금? 9시 45분?"
"아~~~악~"
"왜.. 왜? 무슨 일 있어?"
"까페~~ 커피~~ 지금~~ 10시~~"
알수 없는 소리를 외치며 마눌님이 허둥 지둥 옷을 입기 시작했습니다.
영문을 모르는 저는.. 고장나 뚝딱거리고만 있었죠~
잠시후 따님도 일어나 이 알 수 없는 소동에 힘을 보탰습니다.
두배로 혼란스러워진 제가 겨우 알아낸것은 로비 빵집에 10시 까지 빵을 사면 커피를 무료로 준다는 것이었죠
겨우 그게 이럴 일인가? 싶지만 뭐 이런들 어떠리 저런들 어떠리~ 지금은 행복한 여행중이니까요~부지런히 우당탕탕 거리며 뛰어 내려 갔습니다.
그리고?
결재를 위해 카드를 내민 시간은
정확하게 10:02분
빵과 커피값을 고스란히 치르고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커피를 홀짝거리며 일정이 변경된걸 언제 말해야 하나 타이밍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마눌님이 스맛폰을 들더니 앗 소리를 지르십니다.
"왜.. 왜 그래~"
"자기야 오늘밤에 별빛투어 출발한데~"
별빛투어는 신청을 해도 날이 좋지가 않으면 출발 날짜가 계속 변경 되더군요。
첫째날에는 날이 좋지 않아 과연 우리가 별빛투어를 할 수 있을까 걱정을 아주 쬐끔 하고 있었던 터라 원래라면 당연해야할 일에도 마눌님의 리액션이 아주 혜자스럽습니다。

어 그러고 보니 까페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날씨가 맑음 맑음 스럽습니다.
자 다들 기분이 좋아져 있는 이때를 놓지면 안돼겠죠?
"자기야 더 기쁜 소식이 하나 있어"
"뭔대?"
"우리~"
"하루 더 있는다고?"
"잉? 어떻게 알.. 아~~"
그렇습니다. 제가 가진 카드는 모든 결재 알림이 마눌님의 스맛폰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제주항공의 결재내역이 이미 마눌님의 스맛폰으로 전달되었던거죠~
"그럼 우리 뭐할지 더 알아봐야지~"
"그래~ 그럼 오늘 오전에는 호텔 수영장이랑 앞에 해변에서 보내면서 뭐할지도 한번 계획해보자~"
아.. 거기 숨이 막혀서 산소호흡기를 찾고 게시는 슈퍼 대문자 큰큰 J님 맞습니다.
아무 계획없이 하루를 더 연장하고 그리고 그 연장한 계획에 맞춰서 뭔가 더 할 수 있는지를 찾아 보는 마인드
바로 P의 여행이란게 이런거다~~ 그런 말씀이죠
하나투어앱에서는 다음날이나 다다음날 일정 같은건 애초에 예약이 되지 않더군요.
그래서 제가 선택한 앱은 마이리얼트립이었습니다.
일단 뭘해야 할지를 정해야겠죠?
사이판에 오셨다면 꼭 해야 하는 투어~ 3대장으로 꼽히는게 그로토 스노쿨링, 거북이 호핑, 그리고 별빛투어였습니다.
우리는 오늘 저녁에 별빛투어는 갈꺼니까 이제 나머지가 예약이 가능한지 봐야겠죠?
잘나가는 웹소설 까라의 투어 제목이 눈에 뜁니다.
[좋은후기가가장많은]그로토스노클링
제곳내 그자체, 뭔가 마케팅의 핵심을 꽤뚫는듯한 쾌도난마스러운 이 제목

하지만 내일 예약은 불가~ 할 수 없죠~
일단 일요일 오후로 예약 후 약간의 스킬을 넣습니다.
채팅창을 열고 잔뜩 불쌍하고 뭔가 사정을 봐줘야 할것 같은 기운을 담아 한자 한자 꾹꾹 눌러서 쓴 다음 메세지를 보냅니다.
"3월 1일 오전 그루토 3인 예약 가능할까요?"
혹시 응대 하는 사람이 우리말을 모를까봐 ChatGPT로 번역을 돌려서 영문도 넣습니다.
"Is it possible to make a reservation for 3 people at Grootho on March 1st in the morning?
가능하다고 하면? 그렇다면 하나 더 예약하면 되겠지 뭐~~
그리고는 호텔 수영장을 만끽하기 시작합니다.
딸아이와의 수영 대결~
스몰그룹에서 한땀 한땀 만들어낸 선진국 시민의 사교육수영과 5번 넘게 빠져가며 시골에서 갈고 닦은 필살의 개발도상국 생존 수영의 대 결투.
옆 사업부 매출 경쟁은 질수 있지만 이건 양보 못하죠~
이를 악물고 죽어라 헤엄쳐 쟁취해낸 승리.
야마토 케이스케가 울고갈 명승부라는것이 저의 주장입니다.
딸아이와 마눌님은 어이없어 하지만 누가 뭐래도 확실한 저의 승리입니다~
지친 몸을 선베드에서 쉬려고 할때 드드드 전화가 왔습니다.
아~~ 협력사, 아~ 큰건~
"이사님~ 어제 요청 드린 견적이랑 서비스 소개 자료는 고객들 반응이 좋더라구요~"
언제 한번 고객들 반응이 좋지 않다고 한적은 있었냐라는 속마음을 숨긴체 잔뜩 명랑한 목소리로 응대합니다.
"아. 제가 특별히 잘 전달하라고 이야기했는데 뭐 나쁘지 않았나 보네요~ 하하하"
"그런데 이사님~"
어 말꼬리가 약간 플랫 되는게 뭔가 좀 수상쩍은데요?
"고객쪽에서 견적을 조금만 줄이면 실무 미팅 바로 진행 하겠다고 하시더라구요~"
뭐 늘 있는 일이니까요~ 저는 프로 비지니스맨이구요~ 1사분기가 끝나는 마당에 올해 리드할 실적이 꼭 필요하다는 속마음은 꼭꼭 뒤로 감추고 평정심을 찾습니다.
"아 네~ 그러면 제가 견적 조정 좀 검토 하라고 지시해 놓겠습니다.~"
"역~시 이사님밖에 없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아이구 제가 잘부탁드려야죠~ 좋은 영업기회 주셨는데 다음주에 식사라도 한번 하시죠~ 하하하"
늘 하는 질문과 답변과 칭찬과 맞칭찬의 대향현~~

뿌듯한 마음에 통화를 끝내려고 하는데 디리리릭 푸쉬 알람이 왔습니다.
"여행일 변경 : 여행일이 변경 되었습니다. 만약 합의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이드님께서 임의로 여행일을 변경한 경우, 고객센터로 문의해 주세요"
오케이~ 뭔가 술~~술 풀리고 있어~~
그럼 하나 더 예약 고고고~~
거북이를 알현할 수 있다는 스킨스쿠버 체험을 3월 2일 오전으로 신청완료
그리고는 남은 시간을 수영장과 프라이빗 해변에서 딩굴 거리며 늘어져서 휴가를 만끽했습니다.

진짜 사람이 없어서 마치 마눌님이 좋아하는 일본 영화 안경에서 보던 그 해변같이 한적합니다.

이게 휴가죠~
그맇게 딩굴거리고 먹고 마시다 보니 어느덧 해가 지고

별빛투어가 출발 합니다.
버스는 달리고 달려 정말 코베어가도 모를 깜깜한 자동차 라이트 말고는 어떤 인공적인 불빛도 없는 곳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자리를 잡고 나눠주는 얇은 매트를 깔고 누웠습니다.
하늘에는 별이 총총했습니다.
어릴적 시골에서 보던 만큼, 몇년전 지리산 골짜기에서 보던 만큼 별이 총총했습니다.
그리고~
적도에 가까운 덕분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사이즈의 북두칠성이 늘 보던 머리 위쪽이 아니라 눈높이에서 똑바로 서서 손잡이를 바다에 담근 모습은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멋진 모습이었습니다.

다음은 별빛투어의 사실상 목적인 가족 사진을 찍었습니다.

9시가 훌쩍 넘어 도착한 호텔앞에서 저녁 먹을 식당을 찾다 호텔 바로 앞에 있는 야래향 중식집에서 맛나게 청요리를 해치운뒤 가는 밤을 아쉬워 하며 이런 저런 사진을 찍다

호텔방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스맛폰에 와 있는 비보~
단체팀들로 인해 다이빙 마감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저런~
하지만 이런일에 굴하면 P가 아니죠~
우리는 늘 즉흥적이고 충동적이지만 또 엄청 관대하고 너그럽고 느긋하니까요~~
조금만 더 검색하면 되는거 아니겠습니까? 회사에서 마치 일상처럼 일어나는 그 어마어마한 문제들에 비하면일도 아니죠
금방 하나 더 찾아서 예약 완료
후기가 좀 적은 투어긴 하지만、 좀 불안하긴 하지만 그래도 예약이 되는게 어딥니꽈~? 를 외치며 잠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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