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박 5일 일정의 제주도 여행이 이제 29일 하루와 30일 18:00시 비행기 타기전의 시간밖에 안남았다고 생각한 우리 부부는 오늘은 좀 무리를 해보기로 결정했다. 짧은 9코스를 끝내고 7코스 도착점으로 이동한 다음 7코스를 역으로 돌아서 외돌개까지 간 후 버스를 타고 숙소로 이동하는 코스였다. 9코스는 총 8.81km에 7코스가 15.1km니까 하루에 23km 정도를 걷는셈인데 처는 무릅이 좀더 아파와서 걱정이 되었지만 뭐 안돼면 말고 하는 심정으로 코스를 나섰다.
일단 8시30분에 일어나는 것을 성공한 우리 부부는 서둘러 고냥이 세수를 마치고 9코스 출발점인 대평리로 향했다. 대평리에서 내려 대평리 포구에 도착하자 이제는 눈에 익은 올레출발표시판이 우리를 맞이 했다. 9코스 출발~~
9코스(8.81km)
대평포구 -> 박수덕 -> 몰질 -> 정낭 -> 기정 길 -> 볼레낭 길 -> 봉수대 -> 황개천 입구 동산 -> 화순선사유적지 -> 진모르 동산 -> 가세기 마을올레 -> 화순 귤농장길 -> 화순항 화순선주협회사무실
바닷가에서 시작한 9코스는 시작하자 마자 오르막이 우리를 반겼다. 동네 얕으막한 야산을 오르는 기분이랄까? 하루에 2코스를 돌아야 한다는 마음에 조급 급해진 발걸음에도 그다지 부담가는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코스를 오르던중 토지수유주의 요청으로 코스가 변경 되었다는 표지판이 서 있었다. 마을 구석구석 자신의 밭수로를 걸을 수 있도록 허락해준 분들도 있지만 역시 모든 사유지를 개방 할 수는 없는 노릇 자신의 사유지를 개방하지 않는 분이 원망스럽다기 보다는 자신의 사유지를 기꺼이 걸을 수 있도록 허가해준 대인배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더 들게 했다.
들꽃 만발한 호젓한 산길을 걷는 기분은 바닷가를 걷는 기분과는 또 조금 틀렸고 나름 좋기도 했는데 역시나 뭍에서 온 사람들인지라 바닷가길이 자꾸 생각나는 것은 어쩔수가 없었다.
하지만 9코스는 봉수대를 등산이 끝났나 싶더니 다시 안덕계곡으로 이어지고 있었고 있었다.
계곡이라곤 하지만 깊거나 하지 않고 조금만 밟아 올라가니 넓직한 동산이 나타났다. 뭍에서 생각하는 사이즈의 계곡은 아니었다. 오히려 조금 밟아 올라 가면 나타나는 넓직한 꽃동산들이 훨씬 이채롭게 다가왔다.
야트막하다지만 오르막을 오르락 내리락 하다 보니 처는 다리에도 무리가 조금 생기고 더운 날씨에도 풀독이 걱정되 잠바를 걸치고 다니느라 힘들어 했지만 산길이 그리 길지는 않았기 때문에 큰 무리는 없었다. 하지만 어제 8코스를 마친 시간에 시작했더라면 어두운 초저녁 길에 가기는 쉽지 않은 길이었다. 무리하지 않기를 정말 다행 ^^
또다시 고즈넉한 마을로 들어선 우리는 익숙하게 따라가던 제주올레블루 싸인이 있는 한 담벼락을 만났다. 싸인 자체는 특별할것이 없었지만 문제는 그 싸인이 표시된 담벼락이었는데 하얗게 새로 칠해진 담벼락에 화살표가 그려져 있었다. 누구라도 하얗게 칠한 자기집 담에 이런 표시가 그려지는걸 싫어라 할법도 한데 선뜻 새로 칠한 담장에 표시를 할 수 있게 허락해준 주민분은 어떤분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걸음을 서두른 덕분에 9코스는 12시에 끝낼 수가 있었다. 9시 50분이 다 되서 출발했으니까 거의 2시간 조금 넘게 걸린셈이다. 그동안 느긋하게 걸어 다녔던것에 비하면 거의 날다시피 9코스를 끝낸 셈이었다. 아직 점심도 먹지 않았지만 7코스를 걷기 위해 서둘러 7코스의 종점 월평포구로 향했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기로 했는데 역시나 익숙치 않은 곳을 버스로 다니기는 쉽지가 않았다. 주민분들에게 여쭤봐도 월평포구를 가는 방법이 각각이라 버스기사분에게 여쭤 봤더니 이 기사분 역시 올레에 대해서 훤하게 알고 게신다. "아 그럼 7코스 거꾸로 가려는거 군요 기왕 걷기로 한거 여기서 내려서 바다쪽으로 한 10분이나 20분 정도 걸어가시면 월평포구 나올꺼에요" 하시더니 하원역에 우리를 내려 주셨다. 바다쪽으로 내려가자 어디서 본듯한 골목? 어제 8코스 출발한 송이슈퍼가 나타났다. ㅋ 송이슈퍼를 지나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자 드디어 나타난 월평포구
포구의 바닷물이 이리 깨끗할 수가 있을까 작은배들이 정박한 바닦이 원히 보이는 깨끗한 바다는 영화에 나오는 먼나라의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월평포구는 그에 더해서 물고기때까지 출몰해서 바뿐 걸음을 제촉하는 처의 눈총을 받게 만들었다.
7코스(15.1km)
외돌개 -> 돔배낭길 -> 팬션단지길 -> 호근동 하수종말처리장 -> 속골 -> 수봉로 -> 법환포구 -> 두머니물 -> 일강정 바당올레 -> 제주풍림리조트 -> 강정마을 올레 -> 강정포구 -> 알강정 -> 월평포구
7코스는 출발점인 외돌개에서 숙소가 가깝기 때문에 코스를 역으로 걸었다. 우리같은 사정뿐만이 아니라 전체 코스를 완주한 후 거꾸로도 걷는 분들이 많았는데 단순히 파란 화살표를 거꾸로 따라가기가 쉽지 않은점을 배려해서 오렌지색 화살표를 사용해서 거꾸로 가는 길을 표시해 주고 있었다.
다시 시작된 바닷길 바닷가 특유의 바다내음이 덜 나는 상쾌한 제주 해변은 상쾌하기가 이를대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아름다운 길이라도 아침에 스프와 김밥 한줄 달랑 먹고 나온터라 3시가 넘어가자 허기가 지기 시작했다. 배가 고프면 조금씩 이성을 잃어 가는 평소의 나를 잘 아는 처는 가지고간 비상식량인 영양갱을 주며 다음 식당이 나오면 바로 밥을 먹자고 나를 달랬다.
그리고 드디어 막숙에 도착하자 막숙횟집으로 들어갔다. 자리물회 2인분을 시키자 주인 내외분들은 외지분들은 자리물회 잘 못드시는데 괜찮으시겠냐며 엄청나게 많은 양의 3인분 같은 2인분을 시켜 주셨다. 오래 걸은뒤 허기지기도 했지만 얼음 동동 떠있는 시원한 자리물회를 건저 먹고 국물에 밥한그릇 말아 먹고 나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것 같았다. 주인 내외분들은 막숙횟집에서 홍반장 촬영했다면서 영화 촬영장에서 본 이런 저런 이야기며 태풍 올때 뉴스에서 제주도 기상상태를 방송할때도 늘 횟집 앞에서 방송한다는 이야기들을 재미나게 들려주신것은 뽀나스~~
아름다운 바닷가를 걷고 걸어 호근동에 도착했는데 아니 이럴수가 길이 담을 똟고 나 있었다. 양쪽 건물 사이의 경계를 제주 돌담이 막고 있었는데 단지 제주올레를 위해서 그 담을 허물어 길을 만든것. 제주에서 만난 분들중에 올레를 잘 모르시는 분들도 게셨지만 올레를 아시는 분들은 하나같이 제주도 하루 이틀 보면 볼꺼 없다고 하지만 올레같이 구석 구석 밟고 다녀보면 얼마나 볼것이 많은데 하시며 제주올레에 대한 자부심을 볼 수 있었는데 자신의 담을 허물어 길을 터 주실정도라고 생각하니 주민들이 올레를 얼마나 아끼는지 그리고 그런 사랑을 바탕으로 앞으로 올레가 얼마나 발전할 수 있을지 느낌이 팍팍 왔다. 제주올레는 아름다운 풍광도 힘이지만 이렇게 올레를 사랑하는 주민들의 마음이 더 큰 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은 6시로 가까워지자 해가 조금씩 기울기 시작하고 잘 단장된 팬션단지길을 지나고 나니 어느세 7코스의 종점 외돌개가 가까워졌다.
외돌개에 도착 기념 사진을 찍는 단체 관광객들 틈에서 외돌개 낙조도 보고 사진도 찍었지만 정작 외돌개에서 7코스 출발을 알리는 싸인을 찾을수가 없었다.
하지만 한참을 헤매다 포기하려는차에 발견한 7코스 출발점 표식 두개의 코스를 하루에 주파하는 깔끔한 마무리였다.
그리고 맥주 4캔을 사들고 숙소로 돌아온 우리 부부는 다음날 일정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6코스를 돌까 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처의 발도 점점 무리가 오고 있었고 다음날 비행기시간에 쫒겨서 허둥지둥 걷느니 차라리 조금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자는 의견이 채택이 되었다.
제주 올레 여행 마지막편 [제주올레] 다섯째날 - 마무리는 우아하게도 기대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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