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사용기 감상기

[만화] 이니셜D - 무협 고수 핸들을 잡다.

초하류 2005. 4. 9. 01:05
백마탄 왕자님을 기다리는 소녀들 처럼 턱 밑에 수염이 숭숭 나기 시작하는 남자아이들은 손에서 장풍이 나가기를 꿈꾼다.

수많은 이름만 다른 주인공들의 비슷한 행보와 비슷한 초식과 비슷한 연애질에도 무협지를 읽는 까닭은 그것이 남자들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데 있어서 한치의 망설임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니셜D는 성장만화이기도 하지만 무협지의 모든 요소를 현실세계의 실체와 적절히 치환 시켜서 무협지 보다 수십배는 높은 현실감을 이끌어 내는데 성공한다.

어설픈 그림체에 복잡하고 어려운 전문용어가 난무하지만 이니셜D가 인기만화 반열에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자동차로 그리는 무협지라는 특성에 기인한다.


아버지가 예전 다운힐의 최강자 즉 무림고수였다는 기연을 시작으로 자신은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물컵 안쏟기로 터득하게된 중심이동에 의한 관성 드리프트는 무림비급에서 초절정 무공을 익히는것에 비견할 만하며 서서히 업그레이드 되는 SPRINTER TRUENO 86이 급기야 경주용 자동차의 고성능 엔진을 탑제하기에 이르는것 또한 주인공들이 흔히 가지고 다니는 허름한 칼이 천하명검인것에 비견할만 하다..

흰수염을 기른 심술장이 스승님 처럼 탁미의 아버지는 가끔 뜬구름 잡는것 처럼 이해하기 힘든 힌트를 주거나 86의 새 엔진 RPM을 봉인하는 등 무공 발전을 위한 고행의 일환으로 계획적인 어려움에 빠트리기도 한다.

하지만 천재적인 주인공은 자신이 원튼 원하지 않던 차츰 거듭되는 훈련과 배틀로 진정한 고수로 거듭나게 된다

무협지라면 빠지지 않는 주인공 주변의 아름다운 여인들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날때부터 얻은 천재적인 재능과 뛰어난 스승으로 부터의 적절한 훈련 그리고 적절한 라이벌과 그다지 의도하거나 노력하지 않았는데 만들어지는 아름다운 여자친구 그리고 이런것들을 자동차라는 극히 현실적이고도 자극적인 소재와 결합시킨 결과 등장인물들의 얼굴을 구분하기가 힘들정도의 말도 안돼는 그림체로도 수많은 열혈독자들을 거느린 인기있는 작품으로 변모해 버렸다.

물론 일본에서 드리프트킹으로 불리는 츠지야 케이지의 감수로 묘사되는 사실적이면서도 역동적인 드리프트들의 정확한 기술적 묘사와 항상 무표정하지만 한번 흥분하면 폭주해 버리는 타쿠미와 호들갑스럽지만 정많고 우직한 이츠키 카리스마 있는 타카하시형제등 주조연들의 개성 넘치는 인물묘사처럼 좋은 만화라면 당연히 갖추고 있는 미덕도 고스란히 포함되어 있다.

만화의 꼼꼼한 세부 묘사와 기술적 설명도 좋지만 과장스런 서라운드 효과와 필청의 사운드트랙, 박진감 넘치는 드리프트 묘사로 무장한 에니 DVD도 멋지다.

아직 이니셜D를 읽거나 보지 못한 분들 이라면 한번쯤 우리의 무표정한 주인공 탁미가 진정한 무림고수가 되어 가는 과정을 지켜보는것도 즐거운 경험이 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