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하다

신해철 서태지 음악을 계속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두가지 전형

초하류 2005. 2. 24. 11:04
신해철과 서태지 닮은듯 닮지 않은 이 두 사람은 현제 싯점에서 10년이 훌쩍 넘은 오랜 활동기간동안 인지도에서나 음악적 완성도에 있어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성공한 뮤지션들이다.

음악을 위해 고등학교라는 정규교육과정을 박차고 나와 음악에 몰두하고 결국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시나위라는 한국 최고 밴드의 배이시스트자리를 차지하고 서태지와 아이들이라는 댄스그룹을 결성해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서태지와 이에 반해 비록 졸업은 못했지만 대학에 입학하여 대학가요제에서는 드물게 대상을 받은 그룹의 리더로서 화려하게 데뷰한 신해철

이 두 사람의 프로 뮤지션으로서의 기량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마 많지 않을것이다. 하지만 이 두사람이 가진것은 뮤지션으로서의 기량만이 아니다. 이 두사람은 프로 뮤지션이라면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할 뮤지션으로서의 재능위에 한가지씩을 더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탁월한 생존능력이다.

대한민국에서 프로 뮤지션으로 음악을 계속해 나가기 위해서는 음악적 재능에 더하여서 이 두 사람이 보여주는 각기 다른 두가지의 생존방식을 이해하고 응용해서 자신들에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들이 가지고 있는 생존방식은 어떤것인가 한번 살펴 보기로 하자

서태지의 생존전략은 간단하다.

스스로를 철저히 관리해서 단기간에 소비되어 버리는것을 막고 항상 새로운 모습으로 대중앞에 나서는것이다.

서태지는 92년 서태지와 아이들로 메이저 데뷰후 지금까지 치밀하고 끊임없이 계획적인 이미지관리로 현재까지 자신의 가치를 높여 가고 있다.

물론 쉬운일만은 아니다. 초상권이라는 개념도 불분명할때 법정소송까지 벌여야 했고 스스로 이미지 관리를 위해 전문가들을 영입하여 기획사를 만들기도 했다.

뒤를 생각하지 않고 이슈가 될만한 것이라면 게걸스럽게 소비해 버리는 미디어라는 괴물앞에서 자신이 세운 기준 아래 단호하게 행동할수 있었던것은 단기간이 아니라 평생을 해나갈 음악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다면 어려운 일이었을것이다.

이렇게 철저한 자기관리와 끊임없는 노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끊임없이 높여간 서태지와는 조금 다르게 신해철은 철저히 스스로를 버리는 전략을 구사했다.

어느정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음으로서 만들어지는 이미지대신 스스로를 지나치다 싶을 만큼 대중에 노출시키는 것이다. 물론 이때 대중이란 공중파와 같이 스스로 컨트롤 할 수 없는 곳이아니라 비록 마이너의 매체라 하더라도 자신이 완전히 컨트롤할수 있는 매체에서 이다.

신해철은 기존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현학적이고 뭔가 카리스마적인 이미지를 벗어 버리고 마왕이라는 친근한 캐릭터로 자신을 포장하고 아무렇게 차려입고 슬리퍼를 질질 끌고 나타난 동내 어귀의 껄렁한 형처럼 마이크 앞에서 때로는 촐싹대기도 하고 세상에 비웃음 잔뜩 섞인 독설을 날리기도 하며 팬들과 마치 생활에서 밀착된 느낌의 유대감을 만들어 나간다.

이 둘의 서로 다른 생존전략은 서로 다른 수익모델과 서로 다른 후배 밀어주기 방식에서도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서태지는 스스로 만들고 지켜온 이미지를 십분 이용하여 CF에서 큰 수입을 올리고 있으며 음반업계가 불황인 요즘도 열렬한 지지층을 등에 업고 적지 않은 앨범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빅뱅과 함께 연예 매니지먼트회사들중 대표적인 브레인들이 모여있다는 서태지컴퍼니에서는 선진국형 각종 수익 모델들을 개발하고 그 수익모델들을 공격적으로 런칭함으로써 수익과 함께 역시 서태지는 다르다라는 이미지 효과를 함께 얻고 있다.-최근 발매한 태지브릭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수 있다.-

또한 괴수대백과사전이라는 이름 아래 실력있는 밴드들을 영입해서 그들의 앨범 제작을 지원하고 있으며 자신이 가진 각종 노하우를 활용하여 전문적인 관리를 함으로써 밴드들에게는 마음껏 음악을 만들 기회와 그 음악을 효과적으로 대중에게 어필하고 수익과 직결시킬수 있는 길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실제로 괴수대백과사전 소속 넬은 2004년 밴드로서는 적지 않은 앨범판매고와 대중적지지를 얻었고 PIA는 린킨파크의 동남아 공연에서 오프닝밴드로 활약하면서 린킨파크의 찬사를 받는 성과를 얻어 냈다. 이외에도 코어메거진과 디아블로등 실력있는 밴드들이 앨범을 준비하고 있다.

한편 신해철은 솔로때나 1기 넥스트때와 비교하면 앨범 판매고는 말할수 없이 초라한 수준이지만 고스트스테이션이라는 독립적인 인터넷방송국을 발판 삼아 각종 컨텐츠를 생산하고 있으며-라디오 방송과 MTV용 뮤지션 인터뷰등..-각종 앨범에서 프로듀서와 엔지니어로서의 활동등으로 서서히 자신의 입지를 다변화해 나가고 있다.

고스트스테이션에서는 인디뮤지션들의 차트를 만들고 매주 그들의 음악을 집중적으로 소개하여 대중에게 좀더 다양한 음악을 접할 기회를 마련해 주고 실제로 고스트네이션 청취자라는 크지 않은 풀에서 였지만 이미 해체된 인디밴드인 타부의 월식이란 곡이 큰 반향을 일으켜 그들이 남긴 EP가 소량 재판되어 판매되고 밴드가 재결성되는등 문화게릴라적인 활동으로 획일화된 대중음악판을 상대로 힘겹지만 의미있는 노력을 경주 하고 있다.

세상은 점차 조로 하고 있다. 새파란 중학생도 고등학생도 스스로 나이가 들었다고 한숨을 쉰다. 회사에서도 사오정이다 삼팔선이다하며 정년이 당겨지고 있고 음악이나 문화계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실력있는 중견감독이나 음악인이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것은 드문일이다 신인들은 많지만 그들이 중견으로 커나갈 확률은 점점 희박해 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스스로의 입지와 영향력을 지켜가고 있는 서태지와 신해철 이 두사람은 우리 음악계에서 귀한 존재임이 틀림없다.

음악계의 상황은 그다지 좋와보이지 않는다. 음반시장은 거의 고사직전이고 디지털음원의 판매는 정립되려면 아직 많은 시간이 걸릴것 같다.

새로운 뮤지션들은 아직도 계속 등장하고 있지만 그들이 2집을 낼수 있는 확률은 점점 희박해 지고 있다.

하지만 신해철과 서태지 이 두사람이 제시하고 있는 서로 다른 두가지 생존방식을 염두에 둔다면 좀 더 생명력있는 뮤지션이 될수 있지 않을까?

음악만하고 살기는 힘든 세상이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