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소비자들은 그렇게 떳떳한가

이글은 2004 최악의 딴따라 왕중왕전에 트랙백 되었습니다.

최악의 딴따라 선발대회가 있는 모양이다.

최악의 영화니 가수니 하는것을 선정하는것은 세계적으로 흔한 일이고 필요하기도 하다.(가십거리를 제공하기도 하고 가끔은 선정된 본인에게 자극이 되기도 할테니까)

음반시장이 죽어 가는데 음악 소비자들은 가수들이 붕어네 들을만한 음악이 없네..하면서 디림땨 욕만 해대고 있다.

자 그럼 우리 대중음악 소비자들은 그렇게 잘 났을까? 뭐하나 잘못한거 없고 음악 만드는 사람들을 욕만 할 수 있을만큼 떳떳한것일까?

내가 보기엔 전혀 그렇지 않다.

음반시장에 붕어들 뿐이라고?

붕어가 노는곳만 주구장창 들여다 보고 있으니 당연히 붕어들 밖에 보이질 않는다.

TV는 기본적으로 보여주는 매체이고 매체 특성상 조용히 서서 노래를 부르는 가수들 보다 비주얼적으로 현란한 가수들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장비 올리는데 한시간 음향 잡는데 한시간 그걸 또 믹스다운까지 하는것은 PD들에게 여간 번거러운것이 아닐뿐만 아니라 무척 힘든 작업이다.(실제로 우리 나라 TV PD 중에서 라이브 연주에 대해 마이크 세팅이나 믹스다운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있을까?.)

전부 안방에 누워서 티비만 들여다 보고 있으니 당연히 대중음악판에는 춤만 추는 댄스팀밖에 없다는 착각에 빠지는거 아닌가

대학로다 홍대 앞이다 라이브 클럽에서 공연하고 있는 팀들 공연을 한번 찾아가 보자

거기 어느 한팀이 립싱크를 한단 말인가

우리 나라 오버그라운드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티비를 위한 비주얼과 노래방에서 누구나 따라 부를수 있는 평이하고 귀에 쏙 박히는 멜로디가 필요할 따름이다.

이런 획일적인 오버그라운드 덕분에 언더 공연장을 한번 가보자

신나는 펑크를 연주하는 레이지본이나 노브레인 같은 팀이 있는가 하면 세련된 브라스 섹션에 있는 티가(단지 음악에서만) 줄줄 흐르는 블독맨션 전자음악으로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포춘쿠키 자신만의 색깔이 있는 시베리안허스키나 프리키, 베베 등등

수많은 장르의 음악이 수많은 재능있는 음악인에 의해서 연주되고 있다. 물론 EP가 됐건 정식 발매가 됐건 자신의 음반을 직접 판매하는 뮤지션들도 많다.

문제는 티비 앞에 엎드려 있어서는 그 음악과 만날수 없다는거다.

그럼 티비가 잘못된건가?

전 세계 어느 티비가 그렇게 라이브 공연을 보여주고 구석 구석 재능있는 음악인을 찾아서 안방마다 놓여진 브라운관으로 따끈 따끈하게 전송해 준단 말인가

TV가 원하는건 최소한 뮤직비디오를 만들수 있는 팀이거나(MTV) 앞서 말한것 처럼 현란하게 화면을 장식해줄 팀들이다.

그것도 저것도 아니면 무척 화제가 되어서 인기가 있는 팀인 경우일 것이다.

티비에 나와서 인기를 얻는게 아니라 인기가 있기 때문에 티비가 찾아 오는게 일반적인 모습인 거다.(매스미디어의 기본적인 속성아닌가)

우리나라 대중들이 음악에 대해서 이런 액션을 취해본 적이 있을까?

홍대 공연장은 공연을 준비하는 팀들의 숫자보다 관객의 숫자가 더 많은 날이 잘 없다.

인기있고 방귀 꽤나 낀다는 팀들도 객석을 가득 체우기가 어렵다.

유럽인들이 항상 티비 앞에서 페스트푸드 먹으면서 티비만 본다고 욕하는 미국인들도 디스코의 인기가 절정일때 디스코 하나로 획일화 되어 가는 자국의 대중음악판을 비판하고 디스코 앨범을 쌓아 놓고 불지르는 퍼포먼스를 연출하기도 했다.

우리 대중음악이 지금처럼 황폐해진대는 판매만을 위한 음반을 기획하고 만들어온 음반 관계자들과 그들과 손잡고 편하게 장사해온 매스미디어의 역활도 크지만 그것을 수수방관하고 움직이지 않은 대중의 탓도 무시 못하게 큰것 아닐까?

국회의사당에서 우리 손으로 뽑은 깽판 치는 국회의원들이 우리의 정치수준의 적나라한 고백인것 처럼 붕어가 판치고 좋은 음반이 사장되는 대중음악 시장도 적지 않은 부분 우리나라 대중들의 음악듣는 수준의 반영이라고 생각한다.

최악의 붕어를 뽑는다? 뭐 좋다. 하지만 분명히 생각해야 할것은 그 최악의 붕어를 뽑아서 욕하는 행위가 누군가 욕할 대상을 필요로 한것인지 아니면 정말 대중음악의 발전을 위한 것인지를 한번 돌아 보는것도 필요한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