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하다

유저빌리티 측면에서 본 서울시 새 버스 디자인

초하류 2004. 6. 22. 17:44
99년부터 웹제작을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웹개발에서 유저빌리티 테스트가 이루어 지는 예를 본적은 한번도 없다. 단지 관심있는 제작자들이 관련서적을 읽고 거기서 얻은 지식들을 될 수 있으면 적용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단순히 클라이언트의 눈에 거슬려서 혹은 촌스러워 보여서 같은 말도 안돼는 이유로 사용하기 힘들고 겉만 번지르르한 사이트가 만들어지기 일쑤다.



여기 그렇게 겉만 번지르한 사이트 보다 못한 디자인이 서울시에 의해 채택되었고 시민단체나 각종 전문가들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일부 시행되고 있으며 7월 전면 시행예정이라고 한다.



바로 새로 적용된 버스 디자인이다.



그렇다면 서울시가 내 놓은 버스 디자인이 왜 문제가 되고 어떤 부분이 합리적이지 못한지 필자의 밥벌이 지역인 웹에서 적용되는 유저빌리티 측면으로 접근해서 한번 살펴 보도록 하겠다.



웹사이트에서 그 사이트의 정체성을 나타내기 위해서 색을 사용하는것은 보편화 되어 있는 기법이다. 똑같은 브라우져로 보이는 비슷해 보이는 사이트들 속에서 구별 될 수 있는 표식중에 하나로 색이 사용된다.



어떤 사이트에서는 전체 메뉴를 같은 톤으로 통일 하기도 하지만 규모가 크거나 서로 이질적인 컨텐츠를 담고 있는 사이트들에서는 각각의 메뉴에 서로 다른 색을 지정해서 사이트 안에서 메뉴를 차별화 하기도 한다.



서울시 버스 디자인도 이런 관점에서 출발한것 같다. 즉 모두 같은 버스이지만 멀리서도 확연히 구분할 수 있도록 4가지로 크게 나눈 분류의 버스를 4개의 구별되는 색과 매핑 시키자 하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전혀 문제가 없다 하지만 문제는 사람들이 어떤 사물이나 표지를 인식하는 선후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것이 문제다.



웹사이트에서 판매와 구매의 두가지 메뉴가 있어서 판매를 파란색 구매를 노란색으로 디자인 했다고 가정해 보자.



사람들이 그 메뉴를 인식하는 가장 보편적이고 확실한 방법은 바로 글로 쓰는 것이다. 즉 어떤 메뉴나 표지에 있어서 가장 확실한 전달 방법은 Text로 쓰는 것이다. 아이콘이나 색으로 구별하는 것은 텍스트 구별되어진 각 메뉴들을 시각적으로 조금더 확실히 구분 시키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의 새 버스 디자인은 어떤가 광역, 간선,지선, 순환이란 텍스트는 어디에도 없이 색으로만 버스를 구별하고 있다 정작 쓰여져 있는 텍스트는 B, R, G, Y라는 각각의 색에 대한 이니셜뿐이다. 여기에서 서울시의 새 버스 디자인은 낙제가 되어 버린다. 마치 어떤 사이트에서 각각의 메뉴에 제목이 없이 단지 색으로 그 메뉴를 구분해 놓은것과 마찮가지다. 에시당초에 각각의 색과 4가지 버스 분류는 상관관계가 없는 별개의 것이다. 이런 각각의 색만으로 버스를 구분하라는것은 너무도 불친절한 유저인터페이스가 아닐수 없다.



간선이라고 파란 글씨로 쓰여져 있는 버스와 파란색으로 디자인되어 있고 B라는 이니셜이 큼지막하게 쓰여있는 버스 둘중에 과연 어느것이 사람들에게 간선버스인 것을 더 확실하고 정확하게 전달 할 수 있을것인가는 누구나 10초만 생각해도 자명하다.



결국 서울시는 자연적으로 학습이 될 수 있는 친절한 유저인터페이스를 버리고 생소한 분류법과 색을 따로 따로 배워서 익혀야 하는 불편한 유저인터페이스를 선택한 것이다. 이것은 대단히 비합리적일뿐 아니라 비생산적이고 쓸대없는 비용의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



당장에 4가지 새로운 분류를 공지 하기도 바쁠 뿐만 아니라 각각의 분류에 대한 색을 다시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그렇다면 서울시는 왜 이렇게 불편한 유저인터페이스를 선택했을까? 무언가 심오한 이유가 있었으면 좋겠지만 필자의 좁은 소견으로 보기에는 단지 멋있어 보이기 때문이라는 단순한 이유에 기인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배우신 분들이 보기에 깔끔한 영문 이니셜이 모아쓰기때문에 복잡해 보이는 한글보다 훨씬 예뻐 보였을꺼라는건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당장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도 세련되지 못한 각종 한글 글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기때문이다.



또한 영어 사대주의가 팽배한 싯점에서 국제화 어쩌구를 외치면서 이 시안을 통과 시켰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 보기 싫은 커다란 4개의 이니셜은 우리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에게도 전혀 도움이 안될뿐만 아니라 오히려 비웃음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보다 못사는 어떤 나라에 빨갛게 색칠한 버스 옆판에 쓰여진 "빨" 이란 글자를 봤다고 상상해 보라 당신은 어떤 느낌이겠는가



얼마가 투입되었는지 정확하게 모르기 때문에 함부로 장담할 수는 없지만 적지않은 돈이 투입되었을것이 분명한 이 사업에 이정도의 결과물로는 120% 부족하다.



4가지 분류를 예쁘고 보기 쉽게 쓸수 있는 한글 타이포그라피작업 정도는 당연히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설령 능력이 미치지 못해서 시각적으로 좀 떨어지는 결과물이 나왔다 하더라도 한글로 표기를 하는것이 시민들에게 훨씬 편리했을 것이다.



웹사이트의 유저인터페이스가 불편하다면 그 사이트에 가지 않으면 그만이다. 널린게 웹사이트니까. 하지만 버스 디자인은 다르다. 한번 지정되면 수십억대의 세금이 들어가고 몇백만의 시민들이 사용해야 하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공공기물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금이라도 버스 디자인을 제고해서 조금이라도 시민에게 편리한 쪽으로 수정을 해야 마땅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