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잡담

나는 가수다 - 리얼과 리얼이 아닌것의 취사선택

초하류 2011. 3. 21. 11:40

무한도전으로 촉발된 리얼버라이어티라는 포멧은 이미 우리나라 오락프로의 대새입니다. 무한도전, 1박2일, 남자의 자격 등 이른바 예능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주말버라이어티에서 인기있는 프로는 모두 리얼버라이어티입니다.

그렇다면 어디까지가 리얼인게 리얼일까요? 대본을 제공했다는 문제로 한방에 훅 가버린 패밀리가 떳다에서 본것 처럼 거의 대부분을 큐시트가 제공된 체로는 리얼이라고 보기가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정말 아무 준비없이 출연자들의 애드립만에만 맞겨둔다면 리얼버라이어티에 작가도 PD도 필요가 없겠죠... 일류 마술쇼를 볼때 정말 마술사가 벽을 통과 하거나 엠파이어빌딩을 사라지게 했을꺼라고 믿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벽을 통과하는 속임수가 보이거나 금방 눈치첼 정도가 되면 마술은 시시해져 버리고 아무도 보지 않게 되는거죠. 속임수이지만 어떻게 속였는지 알 수 없을때 사람들은 그 마술에 감탄하게 됩니다. 스토리가 정해져 있고 스텝들의 리드가 있더라도 출연자들과의 절묘한 호흡과 자연스런 애드립으로 매끄럽게 진행될때 사람들은 리얼버라이어티에 빠져 들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주 시청자들이 손꼽아 기다렸던 나는 가수다에서 보여준 서바이벌 미션에 대한 대처는 리얼과 리얼이 아닌것에 대한 취사선택이 프로그램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를 적나라 하게 보여줍니다.

꼴찌를 하면 한 사람이 탈락 합니다. 그리고 그런 포멧에 대해서는 이미 출연자들과 사전에 충분히 공지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누가 꼴찌를 하더라도 일단 받아는 들일것이다?라는게 제작자들의 생각이었던것 같습니다. 하지만 꼴찌에 대한 발표를 하자 이소라의 돌발 행동과 함께 분위기는 싸늘해졌고 결국 탈락자가 재도전을 선택한다는 새 규칙을 만들어서 분위기를 정리했죠. PD는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어째서 일어 났고 어떻게 진행 되었는지를 정말 다큐멘터리 찍듯이 말그대로의 리얼로 편집해서 내보냈습니다. 이소라의 헉소리 나는 대사가 고스란히 방송을 탔고 당황해 하는 후배 가수들과 김건모 그리고 김건모가 기획사 사장에게 전화를 하고.. 결국은 이소라도 욕먹고 김건모도 욕먹고 제작진도 욕먹고 참여한 심사단들과 시청자들의 심기도 불편할 어제의 결정이 방송되고 말았습니다.

넷심을 보면 이소라가 프로답지 못하다. 김건모가 쿨하게 받아 들였어야 했다. 김제동이 괘변이다. 등등 욕을 먹고 있는것 같습니다. 하지만 결국 가장 큰 책임은 제작진에 있는것 아닐까요?

우리나라에서 가창력으로는 한걸음도 양보할 수 없는 사람들을 모아서 무대에 경연이라는 형식으로 올릴때는 그리고 꼴찌는 탈락이라는 이야기가 모두 사전에 협의가 되어 있었더라도 거기에 모여 있는 출연자들을 짐작해서 좀 더 노련한 운영이 있었어야 한다고 생각되거든요.

어제 꼴찌 발표는 앞서 최선을 다한 가수들의 무대에 비해 너무 성의도 없고 치밀하지도 못했습니다. 어찌보면 그 프로그램의 가장 하일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장면이었는데 PD가 무슨 작업복 같은 허름한 옷을 입고 채점표를 받더니 2등부터 6등은 의미 없다고 발표도 하지 않고 1등을 발표 한다음에 바로 꼴찌를 발표해 버렸습니다. 이래서는 사람들의 충격이 최대가 될 수 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순위 발표를 이런식으로 했으면 어땠을까요.. 우선 2등 부터 아래로 쭈욱 발표해 나갑니다. 남은 사람들은 점점 긴장이 고조되겠죠. 그렇지만 단계별로 사람들은 마음에 준비를 할 시간이 주어지게 됩니다. 아 김건모 선배가 1등이겠구나. 혹시 아니면 어떻하지? 등등 정말 순위를 모를때의 리얼한 출연자들의 재미있는 상황들이 나 올 수가 있었겠죠. 그리고 한명씩 이번 경연에는 붙었구나 하는 안도감을 준 후에 1위와 꼴찌를 남겨 두고 다시 한번 꼴찌는 다음 가수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이니까 뒤돌아 서 있으면 다음회 출연할 가수가 와서 꼴찌를 안아 줍니다. 그리고 서로에게 덕담을 해주면서 자리를 바꾸는거죠..

물론 저렇게 했었어도 문제가 생길 수는 있을겁니다. 하지만 최소한 어제 방송처럼 그렇게 성의없이 발표해 버리는것은 아니라고 생각이 드는군요. 

이소라가 감정이 북받쳐서 막말을 할 수도 있습니다. 분위기가 어색해져서 김재동이 입담을 발휘할 수도 있겠죠. 당황스런 김건모가 소속사에 전화를 걸어 대표에게 상의를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걸 보여 주는게 리얼은 아니잖아요? 리얼은 시청자들의 재미와 감동을 위한 세련된 쑈이지 촬영장의 있는 그대로를 다 보여주는 다큐멘터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제의 방송은 이소라, 김건모, 김제동 그외 출연한 가수들과 500명의 투표인단, PD, 그리고 시청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그냥 그날 있었던 해프닝의 중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한껏 고조되었던 나는 가수다에 대한 의미 있었던 논의도 비난 일색으로 돌아서 버렸습니다.

이제 다음주에 이 사태를 어떻게 무마할지 궁금하지만 지난주 보여준 역량으로 봐서는 이번 위기를 타개할것이라는 희망적인 기대는 그다지 할 수가 없네요. 하지만 어떻게라도 무마해서 좋은 가수들의 좋은 공연을 계속 볼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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