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하다

에니콜과 스카이

초하류 2005. 9. 5. 12:00
우리가 어떤 제품을 살 때 그것이 예술품이 아닌 이상 이성과 감성을 모두 만족 시켜야 한다. 디지털 카메라를 살 때도 렌즈는 어떤가 줌은 어느정도 지원 되는가 셔터 스피드는 어떻고 휴대성은 어떤가 등등의 이성적인 면에서 접근하는 기능이 중요하기도 하지만 찍힌 사진의 색감이라든가 보기에 카메라가 멋진가 하는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힘든 감성적인 면을 동시에 저울질 하게 된다.

요즘은 대부분 높아진 기술 수준으로 인해 기능적인 면에서의 진입장벽은 점차적으로 낮아지고 있어서 감성적인 면에서 어필할 수 있는 디자인이나 메이커나 제품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의 중요성이 점차 높아 지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우리나라 제품들은 이러한 이미지나 디자인 부분에서 조금 약한 면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 노키아라고 하면 세련된 유럽풍의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에니콜은 600만 화소 광학3배줌 또는 DMB 같은 기능적인 면이 먼저 떠오른다. 실제로 에니콜 모델들을 쭈욱 모아 놓아도 제품의 디자인을 관통하는 어떤 스타일이나 트렌드를 찾기는 거의 불가능 하다. 광고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한국 지형에 강하다라는 카피와 함께 산 정상에서 통화가 가능하다는 컨셉의 광고로 시작한 에니콜은 이미지 보다 기능적인 면을 어필하는데 주력해왔다.

그런 면에서 에니콜은 SKY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미지 구축을 주의 깊게 벤치마킹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스카이텔레텍에서 출시되고 있는 스카이는 고가정책과 더불어 제품의 기능 보다는 제품 자체에 이미지를 부여하는 스타일리쉬한 광고로 어필하고 있다. 스카이는 단순하면서도 직접적인 광고에 거의 동일해 보이는 색감과 스타일의 영상을 매치 시킴으로 스카이 만의 이미지를 만들어 가고 있다.

묘한 분위기의 모델이 껴 앉고 스르르 내려 가는 영상으로 슬라이드폰을 광고 하고 신호등 앞에서 서있는 여성의 옆구리를 툭툭 찌르는 것으로 mp3폰의 토글 버튼을 광고한다. 그리고 핸드폰 가운데 달린 휠을 어필하기 위해서는 멋진 남자 모델이 유럽의 거리를 사지를 쫙 편 상태에서 굴러 온다. 스카이라고 MP3가 안돌아 가고 동영상 촬영이 안돼고 고화소의 디카기능이 달려 있지 않을 리도 없건만 광고에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

유치해 보일 정도로 단순화된 기능 한가지를 스타일리쉬한 영상으로 포장한 스카이의 광고는 그 제품에서 내세울만한 가장 차별적인 기능 한가지만을 보여주고 나머지는 영상으로 제품에 대한 이미지를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다. 삼성의 에니콜 광고를 보자 제품에 집중하기 힘든 빅모델을 사용하고 있고 제품이 가진 기능들을 20초나 30초 안에서 몇가지나 소개하고 있어서 광고를 보고 나면 모델만 기억이 날뿐이다. 이효리폰 권상우폰 문근영폰이라는 단편적인 이미지들로 에니콜이라는 제품의 정체성을 만들기는 불가능하다.

현란한 기능과 함께 고가정책을 사용하는 에니콜은 현재 해외에서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하지만 에니콜이 진정한 명품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에니콜이라는 제품을 관통하는 이미지가 꼭 필요하다. 일차원적인 기능 소개와 빅모델 이라는 안일한 광고정책과 일관성 없는 디자인에서 한걸음 진보할 때 에니콜은 진정한 명품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기업으로는 찾아 보기 힘들었던 스카이가 보여준 이미지를 만들어 가는 방법 Simple&Direct는 그런 면에서 휼룡한 지침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