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하류's Story 279

내 여름방학 기억

대구에서 자랐지만 대부분의 방학은 고령과 성주에 있는 이모집과 외가집에서 보낸 나는 반은 촌놈이다. 방학이 되면 으레 형들이 일주일 정도 대구로 놀러를 왔다. 그러면 어린이대공원이다 달성공원이다 같이 놀러 다니다 형들을 따라 시골로 내려갔다. 그리고는 방학이 끝날때까지 올라오지 않고 신나게 놀았다. 비닐봉지를 가지고 파리나 잡으러 다니던 내게 곤충도감에서나 보던 사슴벌레 쇠똥벌레 하늘소 매미 잠자리가 지천에 널려 있고 물길 돌려서 바가지로 퍼내면 세숫대야로 하나씩 잡는 물고기며 산딸기에 새밥을 따먹으면서 냇가에서 텀벙거리며 놀 수 있는 시골은 그야말로 천국이었다. 형들이랑 아침 나절 뚝딱 뚝딱 대충 만든 허술한 낚시대를 들고도 해거름이면 피리며 빠각사리며 쏘가리를 한주전자 잡아서 호박잎 대충 뜯어 넣고 ..

초하류's Story 2006.07.13

사과의 썩은 부위를 도려 내듯이

가끔 내려가는 고향 대구에서 가장 곤역스러운 일은 택시를 타는 일이다. 그저 무뚝뚝하게 목적지에서 목적지를 달려 주는 기사분은 그야말로 감사한 존재들이다. 이것 저것 이야기를 줏어 섬기다 결국은 정치로 이야기가 옮아 가고 지역을 들먹이고 자신들의 불이익을 늘어 놓는 그들과 거기에 맞장구 치는 사람들을 볼때마다 사과의 썩은 부위를 도려 내듯이 대한민국에서 대구를 싹뚝 도려 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초하류's Story 2006.07.10

바퀴를 굴리다.

얼마전 인라인을 구입했다. 벌써 부터 사고 싶었는데 가격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위험하다고 와이프가 말리는 통에 차일 피일 미루다 회사에서 이벤트차 싸게 옥션을 진행하는 틈을 이용해서 하나 구입했다. 이제 한 8번정도 탔나? 처음엔 꼭 죄는 버클탓에 발목이 아프기도 하고 비틀거리느라 진땀을 빼기도 했는데 이젠 어느정도 꼴사납지 않고 트랙에서 민패안끼칠 정도로 익숙해졌다. 서른이 넘고 나면 뭔가 익숙하지 않은 일을 할 기회가 자꾸만 사라진다. 이제껏 할줄 아는 것들만 하기에도 시간들이 부족하기도 하고 이 나이 먹고 버버거리는 꼴을 남들에게 보인다는게 멋적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뭔가 익숙하지 않은 것을 한다는 것은 은근한 재미가 있다. 당구를 첨 첬을때 천장이 당구다이로(여기서 당구대 이런 말쑥한 표현을 ..

초하류's Story 2006.06.23

중산층 자동차 그랜저

나는 몰랐지.. 대구 사시는 우리 아버지는 당신이 우리나라 중산층이라 평생을 믿고 사셨는데 중산층이 될려면 그랜저 정도는 타줘야 된데.. 그랜저라.. 잘나가는 어떤 동네에서는 중산층이 그랜저를 타는지 몰라도 내 주변에 그랜저 타는 사람 몇명 없더라.. 보자 누가 있나.. 친척중에 젤 잘나가는 안경테 공장 사장님 H 5촌 아제가 그렌저를 타고 지금 다니는 회사 사징님 그리고? .. 없는데.. 그래 나는 중산층이 아니었던거샤.. 완전 우익 어떤나라당이나 조금 우익 열린너거당이 그렇게 챙겨 주겠다는 중산층이 아니었던가샤.. 중산층은 중산층 챙겨 준다는 당 찍고 노동자는 노동자 챙겨 준다는 당 찍고 그런거지 뭐.. 그래서 어디 찍을 꺼냐고? 그딴거 묻지마 선거법인지 뭔지 위반하고 싶지 않은 소심한 A형 초하류니..

초하류's Story 2006.05.31

거의 두달여의 방황 그리고 필터 두장

갑자기 든 렌즈 뽐뿌에 18-55와 28-105를 교환 하고 다시 집사람에게 10만원을 빌리는 무리수까지 둬가며 40mm Limited를 구입했다가 처음으로 되돌아 왔다. 40mm를 팔고 18-55를 재구매했다. 이젠 정말 맘 잡고 장터 그만 들락 거리고 그냥 50mm와 18-55로 차분히 사진 찍는 모드로 들어 가기로 마음 먹었다. 하지만 방황의 끝에는 항상 수확이 있는 법 판 가격에 그대로 되 샀건만 CPL필터와 ND8필터가 덤으로 따라 왔다. ㅎㅎ 우울해 지기만 하던 기분이 살짝 업 되는듯..

초하류's Story 2005.10.27

블로그 있으세요?

블로그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주변 사람들에게 블로그 주소를 알려주는 것에 대해서 아무런 고민이 없었다. 물어 보면 E-mail 주소처럼 당연히 알려 주었을 뿐만 아니라 어떤 경우엔 주소를 적어 주면서 한번 놀러 오라고 까지 했으니까 하지만 요즘은 누군가가 블로그 주소를 물어 오면 잠시 주춤 하게 된다. 알려줘도 괜찮은 걸까 머뭇머뭇 하게 되고 결국 대부분은 웃으면서 비밀이에요 하고 둘러대 버린다. 어째서 그런 걸까 블로그에 좀 더 많은 사람이 방문하길 바라면서 정작 오프라인에서 알고 있는 친구나 친지 회사 동료들에게는 블로그 주소를 알려 주기가 쉽지 않은 걸까 초하류와 실제의 나 사이에 존재하는 어색한 간극을 들키고 싶지 않고 초하류로서의 자유를 실제 나를 알고 있는 사람들을 의식함으로써 제약 받고 싶지..

초하류's Story 2005.10.15

중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을 보면 생각 나는 에피소드

초하류는 중국어를 할 줄 안다 아주 조금 할 줄 안다. 할줄 안다고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의 조금이다. 대학교 4학년때 아르바이트로 어찌 어찌 하다 중국에서 4개월간 일하게 됐었다. 같이 일하던 중국 엔지니어에게 짧은 중국어로 몇마디를 하자 그 엔지니어는 무척 놀라워 했다. 그도 그럴것이 국내 모 대기업의 그 생산라인에서 중국어를 할줄 아는것은 메니저급 이상의 한국인들 뿐이었기 때문이다. 바닦쓸고 라인 깔고 다니는 시다가 갑자기 중국어를 하니 놀라는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그런데 그 중국 엔지니어는 내게 이렇게 물었다. "당신 그러면 영어는 무척 잘 하겠군요" 난 당연히 영어를 잘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 엔지니어는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아니 영어도 마스터 하지 않았는데 중국어는 왜 배웠..

초하류's Story 2005.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