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전날밤
명절 전날은 언제나 그렇듯 술과 함께다. 처와 나 그리고 남동생은 해가 저물자 약속이나 한 것처럼 슬그머니 옷을 차려 입고 어머니에게 잠시 나갔다 오겠다는 말을 뒤로 한체 동내를 나섰다. 어쩌다 오늘의 안주로 정해진 횟집을 찾기 위해 1시간여를 헤매다 찾아 들어간 동내 앞 헐 직한 횟집은 훤칠한 청년의 첫 번째 환대와는 다르게 찌개다시를 하나 추가할 때마다 몇 번이나 여기요를 외치는 수고를 들여야 했다. 하지만 셋이서 충분히 먹을만한 우럭 한 접시가 2만원이라니 뭐 그럭저럭 재치 있는 가격 아니겠는가 몸에 좋은 백세주를 차마 원액으로는 마실 수 없어 이슬로 브랜딩해서 만든 오십세주를 마셔대기 시작했다. 알콜에 젖어서 와이프에게서 형수라는 타이틀이 떨어져 나갔고 동생에게는 시동생이란 타이틀이 떨어져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