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에 그것도 나 같이 젊은 사내가 설상가상으로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아이와 들어서자니 나도 모르게 몸이 움추러 들었다. 천방지축이긴 하지만 역시나 나경이도 병원에 들어서고는 한마디도 하질 않았다 심지어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지도 않았으니까.. 난 어쩌다 이런 말도 안돼는 일에 말려 들어 버렸을까.. 머릿속은 뒤죽박죽에다 몸을 움추리고 있었던 탓인지 어깨까지 결려왔다. “허나경씨 들어오세요” 마치 긴급 탈출 버튼을 누른 비행사가 조종석에서 튕겨져 나가는듯한 기세로 벌떡 일어선 나경이는 내쪽을 돌아 보지도 않고 조용하게 내게 말했다. “갔다 올 테니까 오래 걸리더라도 기다려 그냥 갔다가는 죽음이야..” 세상 모든 것은 상대적인 것이다. 아침에 뒹굴 거릴 때는 30분이 눈 깜빡 할 사이에 지나가 버리더..